‘구도의 밤’ 시리즈에서 물은 정화의 의미로 그려진다. 이 시리즈는 장지에 그린 야외드로잉들과 , 나무화판을 태우고 그 위에 장지를 붙여 그린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화판을 태우는 행위는 개인이 고갈되고 상실되는 현상을 화판을 불로 그을리는 것을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렇게 남겨진 까만 테두리는 어두운 밤을 연상시키고, 하얀 물감과 종이는 상처에 붕대를 덮는 모습과 같다.
밤에는 빛이 없으면 아무런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 시간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나무화판 작업의 풍경 속에는 부유하고 있는 듯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모두 비극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아 물에 빠져 죽은 소설 속의 여인(햄릿의 오필리아), 물에 비친 자기를 맹목적으로 사랑한 나머지 죽음을 맞이한 신화 속 인물(나르키소스)이다. 이 두 인물을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나르키소스에는 나를 투영하여 선적인 드로잉으로 그려내었다. 이를 포함해 나의 자화상도 등장한다. 인물들은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유영하는 존재들을 보여준다. 곡선의 중첩과 밝은 명도의 흰 색상으로, 그들이 움직임이 쓸쓸히 떠내려가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형상을 보여주고자 했다.
최희준 (2023)
밤 드로잉 연작 Night drawing series - 6
Mixed media on Korean paper, 32x31cm, 2022
밤 드로잉 연작 Night drawing series - 2
Mixed media on Korean paper, 33x31cm, 2022
밤 드로잉 연작 Night drawing series - 1
Mixed media on Korean paper, 32x31cm, 2022
밤 드로잉 연작 Night drawing series - 7
Mixed media on Korean paper, 32x31cm, 2022
밤 드로잉 연작 Night drawing series - 5
Mixed media on Korean paper, 33x30cm, 2022
밤 드로잉 연작 Night drawing series - 3
Mixed media on Korean paper, 30x23cm, 2022
밤 드로잉 연작 Night drawing series - 4,
Mixed media on Korean paper, 25x45cm, 2022
cave object I(ophelia series), 나무 설치물,
15x15x5cm, 2022
cave object I(ophelia series), 나무 설치물,
15x15x5cm, 2022